아주 특별한 시타나선 이승엽, 생애 가장 ‘아름다운 스윙’

입력 2013-06-23 19:10 수정 2013-06-23 22:37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통산 최다 홈런(352개)을 터뜨린 ‘라이언 킹’ 이승엽(37·삼성). 그는 효자로도 유명하다.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끝없는 사랑은 간절하기까지 하다. 2002년 1월 아내 이송정씨와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간 사이 어머니 김미자씨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의식불명 상태가 이어졌다. 그해 삼성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겼을 때도, 이듬해 개인 통산 300호 홈런과 아시아 신기록인 시즌 56호 홈런포를 터뜨렸을 때도 이승엽의 첫 마디는 “어머니의 건강회복을 기원한다”였다. 그런 어머니는 2007년 1월 아들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이승엽은 일본 요미우리 소속으로 홈런을 날릴 때마다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어머니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하늘 위에서 지켜봐주고 있다.”

그런 이승엽이 효자 아들 팬을 위해 23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앞서 데뷔 이후 처음로 시타자로 나섰다.

사연은 이렇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골수 삼성팬 최장옥(73)씨를 위해 아들 민석(28)씨가 삼성 구단에 시구 신청을 했다. 민석씨는 2010년부터 캐나다에 유학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초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네 딸을 낳은 후 45세 나이에 본 늦둥이다. ‘학업이냐, 효도냐’고 고민했며 불면의 밤을 보낸 아들은 결국 귀국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활력을 되찾아줄만한 일을 찾아 나선 아들은 마침내 묘안을 찾았다.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아버지는 평생 시청해오던 삼성 야구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들은 곧바로 삼성 구단에 이메일을 보냈다. “삼성 경기가 열릴 때마다 야구를 시청해오신 아버지가 최근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야구장 한 번을 제대로 모시고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립니다. 마지막 추억이 될 지로 모를 시구, 시타를 신청합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이승엽 선수의 열성팬’이라고 소개하며 이승엽이 신인으로 나왔을 때부터 ‘승엽아, 승엽아’하며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딱한 사정을 본 구단 관계자들은 곧바도 아버지와 아들의 시구, 시타 행사를 마련했다. 그런데 행사 내용이 일부 변경됐다. 이승엽이 직접 시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들 민석씨는 이날 포수 자리에 앉아 공을 받았다. 마운드엔 암으로 투병하는 아버지가 섰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을 타석에서 지켜본 ‘아시아 홈런왕’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아들은 “이번 시구를 통해 아버지의 병이 호전됐으면 한다”고 빌었고 아버지는 “가족의 사랑에 힘을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승엽도 시타후 유니폼을 입고 나온 장옥씨 등에 사인을 해주며 그의 쾌유를 빌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