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중국 56개 민족중 묘족의 이야기
입력 2013-06-23 18:58
너는 내 여동생(펑슈에쥔 지음/보림출판사)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인 만큼 각기 다른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56개 이야기 창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난(湖南)성 지서우(吉首)에서 태어난 아동문학가 펑슈에쥔(彭學軍·50)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후난성 산골마을 펑황에서 성장했다. 그곳은 묘족 마을이었다.
최근 출간된 ‘너는 내 여동생’은 펑슈에쥔이 묘족 마을에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 ‘나’가 작은 배를 타고 도착한 산골마을 이름은 복사꽃을 의미하는 타오화(桃花)촌. 옆집엔 묘족인 아타오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딸만 다섯인 집안이었다. 아타오, 얼타오, 싼타오, 쓰타오, 우타오(‘얼, 싼, 쓰, 우’는 중국어로 ‘둘, 셋, 넷, 다섯’을 의미). 어느 봄날, 아타오 엄마가 여섯 째 아이를 분만하게 됐을 때 아타오는 말했다. “엄마가 금방 아길 낳을 거야. 남동생이었으면 좋겠다. 또 여자 동생이면 아빠가 남은 한 그루 복숭아나무마저 베어버릴 거야.”
그런데 딸이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를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이번엔 아타오가 선수를 쳤다. 아타오가 아빠에게 나무를 벨 칼을 쥐어주었고 복숭아나무는 자신의 죽음이 다가온 것을 알기라도 하듯 마지막으로 찬란한 꽃을 피운 것이다. 아빠는 칼을 내려놓고 만다.
작가는 묘족의 삶에 깃든 근본적 슬픔을 이런 문장에 담아낸다. “화야-. 껀아-. 묘족은 아이를 부를 때 이름의 마지막 한 글자만 끝소리에 여운을 담아 길게 늘여 빼며 부르는 습관이 있다. 마치 강물 위에 작은 배가 지나간 후 물보라가 자잘하게 퍼져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문장이 묘족 마을에서만 나오란 법은 없다. 한국의 1960∼70년대 정서와도 닮아 있지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보림출판사가 이 책을 필두로 내년까지 30권으로 구성된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을 번역 출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소영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