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선 ‘적과의 거래’… 정부군·반군, 주민들 위해 생필품 교환 허용

입력 2013-06-23 18:47

2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도 때로 두 손을 잡는다.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자국민을 위해 합의를 하거나 필요 물품을 교환하는 것이다. 특히 빵, 연료, 물 등 필수품이 오가는 공급이 차단될 경우 적과도 거래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이들립주에선 반군과 정부군이 협상을 통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반군이 장악한 이들립 북부 지역엔 밀이 풍부하지만 제분소가 없는 탓에 밀가루가 없다. 반면 정부군이 차지한 다른 마을에는 제분소가 있지만 심각한 밀 부족을 겪는다. 그러나 현재는 반군이 수만t의 밀을 매주 정부군에 보내면 정부군은 밀을 빻아서 밀가루 상태로 돌려준다. 물론 일부는 정부군이 갖는다. 이들립주의 반정부 활동가 와즈디 재이두는 “주지사가 반군과의 거래에 유연해서 이런 밀 거래를 추진하도록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빵집에서 일하는 또 다른 반정부 인사 아부 하산은 “정부군이라는 차원을 떠나 우리는 사람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의 양상은 잔인해져 가고 있지만 이들 모두 협업을 통해 전쟁통에서 살아남는 획기적인 방식을 찾아내고 있는 것. 제2의 수도 알레포의 경우 반군과 정부군은 한때 상대 진영으로 흘러가는 전력을 차단했다. 현재는 알레포 어디서나 24시간 전기가 들어온다. 이들이 전기 공급을 방해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반군과 정부군 장악 지역을 오가며 출퇴근, 통학을 하기도 한다.

한편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가들의 외교 회담인 ‘시리아의 친구들’은 반군에 무기를 긴급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터키, 이집트 등 11개국이 참석해 반군이 요구한 대전차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반군에 군사 지원을 촉구하면서도 “제네바 평화회의를 비롯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반군이 참여하는 과도정부 구성 등 평화안을 지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