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아이돌’ 팔레스타인 대학생… 가자지구 주민들 밤샘 축제
입력 2013-06-23 18:47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의 ‘8일 교전’으로 140여명이 사망한 팔레스타인에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중동에서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에서 가자지구 출신 대학생 무함마드 아사프(23)가 21일 밤(현지시간) 우승한 것이다.
아사프는 우승이 확정되자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인기투표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자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격자무늬 스카프 ‘케피에’를 두르고 노래를 불렀다.
이날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 곳곳에서 불꽃이 터지고 거리에 밤늦도록 떼를 지어 다니는 시민들이 넘쳐나 새벽 2시까지 도로가 정체될 정도였다고 BBC는 보도했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민속춤 답키를 추며 아사프의 이름을 연호했다.
밤늦도록 거리를 활보한 20대 한 남성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싸움이나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아사프가 세계에 알렸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진 평범한 권리와 행복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사프가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킨 것은 아니지만 지난 66년간 웃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줬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아사프의 우승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조국의 승리처럼 느껴진 것이다.
서구식 프로그램이나 노래에 비판적인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정권은 아사프에 대한 대중의 지지에 제동을 걸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유명 인사들은 아사프에게 직접 격려 전화를 하기도 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