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모스크바·쿠바 거쳐 베네수엘라행 유력

입력 2013-06-23 18:46 수정 2013-06-24 01:41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쿠바 아바나를 거쳐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이 탄 러시아 여객기 아에로플로트 SU213이 오후 5시5분 공항에 착륙했다. 스노든은 착륙 후 여객터미널로 나오지 않고 공항 트랩에서 곧바로 외국 공관 차량을 이용해 모처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F터미널 청사에 언론사 기자 수십명이 몰려들었지만 스노든은 청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스노든과 같은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을 인용해 스노든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외교관 번호를 단 차량을 타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외교관 차량은 베네수엘라 대사관이나 에콰도르 대사관 차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이 러시아 당국의 협조를 얻어 한동안 모스크바의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다 쿠바로 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공항 관계자는 “스노든이 쿠바로 가는 여객기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스노든이 환승구역 내에 있는 캡슐형 휴게실을 예약했다고 밝혔다.

쿠바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직 스노든이 자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에 대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스노든을 체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 관계자는 “스노든 체포와 관련한 어떤 명령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스노든이 자신들의 전문적 법률 지식과 경험을 살려 안전을 지켜달라고 부탁해 관련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스노든이 정치적 망명을 위해 안전한 경로를 통해 한 민주주의 국가로 향하고 있다”며 “그를 외교관들과 위키리크스의 법률고문들이 동행해 보호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일부 언론은 스노든과 함께 러시아행 여객기를 탄 동행인이 세러 해리슨이라는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스노든의 출국으로 미국 정부와 홍콩·중국의 신경전은 일단락됐다. 미국은 NSA의 기밀정보를 잇따라 폭로한 스노든에 대해 간첩과 절도, 정부재산 무단 개조(conversion)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그가 머물고 있던 홍콩 당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홍콩 당국은 스노든의 출국 보도가 나온 이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스노든에 대한 임시 체포영장을 발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에 필요한 충분한 서류가 없었다”며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제훈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