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선 “대화하자” 뉴욕선 “핵 포기 못해” ‘두 얼굴’ 北 속내는…

입력 2013-06-23 18:38

북한이 베이징에서는 “어떤 형태의 대화도 하자”면서도 뉴욕에서는 “핵 보유 원칙은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1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한다”는 최근의 대화 제의 기조를 재확인한 직후 뉴욕에서는 신선호 유엔 주재 대사가 사뭇 맥락이 다른 목소리를 제기했다.

신 대사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 핵 억제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대사의 발언 내용은 사실상 북한이 반복해 온 주장이다. 문제는 왜 신 대사가 하필 이 시점에 유엔에서 이를 반복했느냐이다.

우선 자신들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대해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이 워싱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하고 ‘2·29 합의보다 더 강한’ 비핵화 의무를 제시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핵을 보유한 상태로 미국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협정을 맺고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강한 대화 재개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김 제1부상이 이에 호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북한만의 비핵화를 강요하는 대화 조건에는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을 신 대사의 회견을 통해 천명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두 갈래 외교 공세는 핵 정책과 관련해 대안의 여지가 별로 없는 북한의 안보·외교전략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문제는 정권 내부에서 김 제1위원장의 정당성과도 연계돼 있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양보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주요 양보 없이 어떻게든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북한이 대화공세와 함께 강경한 목소리를 다시 꺼내들면서 협상의 동력은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한·미·일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즉각 한국 내 유엔군 주둔과 미국의 대북한 제재는 모두 지속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신 대사의 기자회견을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