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 美 출구전략 시행 본격화 한국 경제 위험 요인

입력 2013-06-23 18:30 수정 2013-06-23 22:16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 등이 올 하반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상반기 경제의 5대 패러독스와 하반기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 하반기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대내외적 리스크가 경기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경기 회복이 미약했던 점을 반영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6%로 0.5%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1.8%에 그치겠지만 하반기에는 경상수지 흑자 유지, 기저효과에 따른 내수의 상대적 호전 등으로 3.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3.5%로 전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본격화가 하반기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 글로벌 시장 급랭, 가계부채 버블 붕괴, 부동산 시장 회복 부진 등을 하반기 국내 경제 5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 경제의 경우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금리 상승, 양적완화 부작용 심화, 실물경기 회복 지연 등이 두드러지면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글로벌 수출 환경 악화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내적 위험요인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이 커져 가계 소비가 줄어들고 신용불량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지적됐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부진할 경우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서민 소득과 고용이 감소하고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한국 주식가격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고 금융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 자본의 유·출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의 출구전략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출구전략 가시화된 미국경제 국내경제에 긍정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금유출 등 금융 측면에서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민간부문의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이고, 민간 경기가 살아나면 수입 수요가 늘어나 무역상대국의 수출여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수출 경기가 중요한 우리 경제로서는 미국의 출구전략을 걱정스럽게만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