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고리타분한 주장 되풀이해 어쩌자는 건가

입력 2013-06-23 18:41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취해야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2일 유엔본부에서 3년 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과 만났다.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중 3국의 대북 공조 틀이 마련될 것에 대비한 북한의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에 무게를 둬 왔던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나서자 북한은 내심 당황하고 있는 듯하다. 유일하게 의지해 왔던 중국마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국제사회와 발맞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견임에도 고리타분한 종전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 당국회담이나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제의 등 유화 제스처도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기류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비쳐질 뿐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남북 당국회담을 제의했다가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일방적으로 회담을 무산시킨 점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회담을 제의했다가 퇴짜를 맞자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신선호 대사의 기자회견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엔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 체결, 대북 경제제재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유엔사령부가 지속되는 한 핵억지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낡은 레퍼토리다. 기존의 북한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엔사 해체 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온갖 망나니짓으로 눈총을 받아온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문제를 거론한들 어느 나라가 거들떠보기나 하겠는가. 신 대사는 남북대화와 관련해선 “남측이 회담의 조건을 철회하지 않는 한 재개될 수 없다”고 했다. 정말이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김계관 제1부상은 방중 기간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한다”고 했다. 지난 5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하지만 핵심 사항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선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비핵화가 북한에만 적용돼선 안 되며 미국의 핵위협도 없어져야 한다는 종래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북한이 대화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줘야 한다. 지금처럼 생뚱맞은 논리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윽박질러 굴복시키려는 자세로는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무엇보다 핵을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