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복주택 공람기간 연장 의견수렴 계기되길
입력 2013-06-23 18:11
정부가 논란을 빚고 있는 ‘행복주택’ 인근 주민들에 대해 추가로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한 것은 뒤늦었지만 갈등봉합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주민공람 기간만 늘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수렴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행복주택 사업을 갈등의 장이 아닌 주민과의 소통·화합의 장, 지역경제 활성화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공람이 끝난 가좌·공릉·고잔·목동·잠실·송파지구와 지난 21일 완료된 오류동지구 등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에 대해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2주간 추가 공람한다. 최근 행복주택 공청회와 설명회가 일부 시범지구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겪자 마지못해 주민과의 소통을 내세워 추가 공람에 나서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서 공람이 이뤄지도록 해당 지자체에 협조도 요청하는 등 뒤늦게 부산떠는 모습이다. 사전에 해당 주민들이 의견 개진을 위해 면담 요청을 했을 때 성의 있게 대응했더라면 이 같은 소동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밀양 송전탑 사태, 동남권 신공항 등 갈등 요소가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의 중점 관리 대상에 오른 갈등 과제만도 69개나 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 사업이 정부의 대응 부족으로 새로운 갈등으로 싹트고 있어 안타깝다.
도시 외곽에 위치해 수요가 부족했던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은 도시 안에서 추진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5년간 20만 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기존 대규모 주택단지에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주민들이 겉으로는 인구·학급 과밀, 교통체증 등을 반발 이유로 내세우지만 저소득층의 집단 전입을 꺼리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행복주택 시범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조건 ‘님비(NIMBY)’ 현상으로만 치부해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행복주택도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우선 입주시킨다지만 장기적으로는 슬럼화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면 행복주택도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민들의 반발 이유를 귀담아 듣고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슬럼화 예방, 소셜믹스(Social Mix)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와 설득만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범지역 주민들도 자기 이익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존의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