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쟁뿐인 국정원 國調·NLL 공방

입력 2013-06-23 18:02


“타협은 없다” 치킨게임 양상… 막가는 정치권

정치권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국민적 비판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여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면서 장기판으로 치면 ‘빅장’이 됐다. ‘궁’(宮)이 마주섰으니 타협은 없고 소모적인 공방만 주고받고 있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여야 간 치킨게임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통해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전문 공개를 연일 주장하고 있다. 잠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아예 녹취자료까지 공개하자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NLL 포기 발언 논란을 적극 키웠다.

그러나 국익과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집권 여당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3일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지만 공개에 반대하면 너도 ‘NLL을 포기하자는 것이냐’는 몰매를 맞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도 말을 못 한다”고 말했다. 대화록이 공개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때문에 여야는 내심 “설마 진짜로 본회의 통과가 되겠느냐”며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다.

NLL 발언 논란이 부각되면서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는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는 지난 3월 ‘검찰 수사 종료 후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여권은 국정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당파를 떠나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의혹 진실을 밝히는 데 국회가 소극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가 국정 현안이 생기면 국정조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대신해 의혹을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가 국정조사를 정쟁과 거래의 대상으로 삼다 보니 민생 현안들이 ‘올 스톱’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당 지도부는 국정원 국정조사 목적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대선 불복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경찰이 12월 18일 제대로 발표만 했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이었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추측과 주관적 해석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국정조사에 대한 여권의 의구심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나 NLL 포기 발언 등은 모두 지난해 대선 때 크게 제기됐던 이슈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형 정쟁에 매몰돼 있는 셈이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