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료 앞둔 한·일 통화스와프 어쩌나…”
입력 2013-06-23 17:47
‘버냉키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를 앞둔 정부의 고민이 깊다.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당장 종료하고 싶지만 급격한 외화 유출에 대비한 실탄 확보라는 현실적 필요와 함께 액수는 적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한·일 금융당국자 사이에는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교감이 있다”며 “양국이 이를 정치적 사안과 결부시키느냐가 연장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종료 예정인 한·일 통화스와프 금액은 30억 달러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3281억 달러)의 10% 수준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같은 비상상황에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700억 달러 규모로 체결했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0월 130억 달러로 줄었다. 이번에 연장하지 않으면 100억 달러로 축소된다. 100억 달러는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 2015년 2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해 10월의 한·일 통화스와프 일부 종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반발한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발언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졌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위안부 관련 망언을 쏟아내 한·일 관계는 순탄치 않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은 “한·일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면 연장하겠지만 한국이 별로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일본 나름대로 판단하겠다”며 고자세다.
위기가 닥친 이후 신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국가 지불능력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상금 확보 차원에서라도 기존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거나 확충하는 것이 장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정부는 만기일 직전까지 일본에 대한 곱지 않은 국민의 시선과 고자세로 나오는 일본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