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세운 성남 큰기쁨교회 14년만에 쫓겨나 깊은 시름

입력 2013-06-23 17:40 수정 2013-06-23 21:00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서 가나안복지관(사진)을 운영하는 큰기쁨교회(구 가나안복지교회) 박영수(50) 목사. 박 목사는 요즘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2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한 박목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임 전에 교회를 담임했던 목사님과 교인들은 교회를 매각한 자금으로 대지를 구입하고 복지관을 건축했습니다. 교회가 복지사역에 나서야 한다는 교인들의 선한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지관 건물을 짓고 복지관 내 지하 강당에 예배당을 마련해 14년간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예배를 못 드린다고 하니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큰기쁨교회는 1974년 허춘 목사에 의해 모란교회로 창립됐다. 예수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돼 보자는 교인들의 결의에 따라 94년 분당신도시 개발 때 1650㎡ 대지를 매입했고 이듬 해 2월 당시 담임이었던 남백현 목사에 의해 사회복지법인 가나안근로복지관이 설립됐다. 그리고 복지관은 임윤수 목사에 의해 건축됐다. 2446㎡ 복지관 건축에 들어간 돈은 약 23억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교인들의 순수한 헌금만으로 건축됐다. 교회는 99년부터 복지관에 프린터 카트리지를 생산하거나 임가공을 하는 기업을 세우고 장애근로자 40여명을 채용해 함께 예배도 드리면서 4대 보험과 최저임금을 성실히 지급했다. 2008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는 지난 해 1월 성남시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았다. 복지관이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로 허가를 받았으니 종교시설이나 십자가를 설치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교회는 1억5000만원 상당의 예배당 안 성물을 폐기해야 했고 인근으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250여명이던 교인이 크게 줄어들고 담임목사가 수차례 바뀌는 아픔도 겪었다. 또 복지관을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고, 일부 언론이 장애인 부모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보도해 장애인을 핍박하는 교회로 알려져 상처를 입기도 했다. 남은 교인들은 “교회는 힘들어도 장애인들을 돌봐야 하고 이 일로 지역사회에 복음이 전파되기 원한다”고 기도하고 있다.

가나안복지재단의 정관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인은 기독교대한감리교회 큰기쁨교회가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전도, 교육, 복지를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의 규정에 의한 지적 장애인을 비롯해 지역사회 복지구현에 기여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박 목사는 “십자가도 못 세우고 예배도 드릴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복지관을 건축해 교회를 같이 운영할 계획을 처음부터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리 법이 우선이라고 해도 14년간 예배드리던 공간을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박 목사는 또 “재단 설립 목적대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예배도 드릴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법조항이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큰기쁨교회가 다시 교회와 복지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성남시가 대안마련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