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국립고궁박물관 ‘궁중 자수’ 특별전

입력 2013-06-23 17:05


조선 말기 화원 화가 양기훈(1843∼?)은 매화도 병풍 그림을 그렸다. 매화도는 궁중 수방(繡房)에 소속된 내인들에 의해 한 땀 한 땀 자수로 수 놓여져 1906년 고종에게 헌상됐다. 홍매와 백매의 흐드러진 꽃송이가 입체적인 이 10폭 자수 병풍 하단에는 양기훈의 관서(서명)와 인장이 수놓아 있다.

민가의 자수와 달리 정교함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선 시대 궁중 자수의 역사를 조명하고 자수로 장식했던 왕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25일부터 9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갖는 ‘아름다운 궁중 자수’ 특별전이다.

양기훈의 ‘자수 매화도 병풍’ 등 감상용 자수뿐 아니라 실제 왕실 가족들이 입는 의복을 장식했던 복식용 자수 등 90여점이 선보인다. 연꽃 목련 등 꽃무늬로 수놓았던 공주의 혼례복에서는 화려함을, 왕과 왕비의 용보(가슴과 등에 다는 용을 수놓은 천)와 흉배(가슴과 등에 다는 장식용 표장), 후수(예복 뒤의 띠) 등에서는 자수를 통해 어떻게 왕실의 존엄을 드러냈는지를 볼 수 있다.

평소 보기 힘든 보물급 감상용 자수 유물도 나온다. 자수 유물로는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자수 사계분경도 병풍’(보물 653호·한국자수박물관 소장)과 신사임당 작품으로 전해지는 ‘자수 초충도 병풍’(보물 제595호·동아대박물관 소장)이 선보인다.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게 자수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수본(수를 놓기 위한 도안)이 함께 전시된다. 대한제국기 궁궐 내부를 화려하게 치장했던 청나라와 일본의 수입 자수 병풍도 나와 동시대 예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