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 ‘금빛 포효’ 기업들이 지원군이다

입력 2013-06-23 16:52 수정 2013-06-23 17:00


국가보조금보다 많은 후원금 내는 대기업들

세상의 모든 스포츠가 처음부터 인기종목은 아니었다. 스포츠도 투자에 비례한다.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비인기종목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이 인기종목이 된 것도 알고 보면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매우 좋아했던 종목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박대통령컵축구대회’(Park’s Cup·코리아컵국제축구대회의 전신)를 열었다. 프로야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역작이다. 전 전 대통령은 육사생도 시절 축구 골키퍼를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서인지 야구에 몰입했다. 그는 프로야구 창립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개막경기(삼성-MBC)에서는 직접 시구를 해 야구 대중화에 앞장섰다.

◇비인기종목에 ‘무한사랑’=국내 여러 기업들도 비인기 종목들을 육성하기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비인기 종목 체육단체를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보조금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내고 있다. 아쉽게도 국민들의 관심은 올림픽 이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인 이들에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이들의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인기종목이건 비인기종목이건 흘리는 땀방울은 비슷하다. 하지만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후원 부족 등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설움 아닌 설움을 견뎌야 한다.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많은 비인기종목을 지원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탁구, 레슬링, 테니스, 럭비, 배드민턴, 육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그룹, 한진그룹, STX그룹 등 많은 기업들이 비인기종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대를 잇는 양궁 사랑=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을 4번 연임하며, 200억원가량의 지원금을 내놓았다. 현재는 부친의 뒤를 이어 1997년부터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둔 한국 양궁 대표선수단에 16억원을 포상하며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의 대를 이은 양궁 사랑은 유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양궁은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 등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해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고, 세계 최강으로 우뚝섰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은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책임졌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외에도 비인기종목으로 꼽히는 여자축구를 후원하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 전담팀까지=비인기종목인데다 올림픽 효자종목도 아니었던 펜싱을 후원한 기업은 SK그룹. 2003년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현 SK텔레콤 고문)이 대한펜싱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펜싱과 인연을 맺은 SK그룹은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09년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으며 연간 12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SK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많은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해외전지훈련까지 받았다. 경험과 기술면에서 성장을 거둬 그동안 변방에 머물던 한국 펜싱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SK그룹은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전담팀까지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태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으로 국내 핸드볼 종목을 후원하고 있다.

◇‘양1’신화 양학선 뒤에는=포스코건설은 체조와 럭비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7.4점짜리 초고난도 기술 ‘양1’을 선보이며 체조계에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 양학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어려운 생활환경을 극복하고 ‘도마의 신’으로 발돋움해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

포스코는 85년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자청한 이후 체조 종목 후원을 시작했다. 95년부터 포스코건설이 후원사 바통을 이어받아 체조계 발전을 뒷받침해 왔다. 27년간 그룹 차원에서 지원한 금액은 130억원에 달하며, 2006년부터는 대한체조협회에 연간 7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대한체조협회는 후원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 아래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은 “한국은 유럽, 중국과 더불어 체조강국으로 평가 받았지만 아쉽게도 올림픽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며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의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체조에 이어 럭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부터 포스코강판으로부터 럭비단을 인수한 포스코건설은 인수 첫해인 2010년 춘계럭비리그 우승, 전국종합럭비선수권대회 우승, 전국체육대회 우승 등 전관왕을 차지했다. 럭비단은 매년 주요 대회를 석권하며 국내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럭비단은 또 더욱 체계적인 전술을 위해 2010년부터 일본 프로팀인 코카콜라 레드스파크스팀과의 정기전을 치르고 있다.

◇세계 최고의 명사수 진종오 배출=프로야구 10구단 ‘KT위즈’를 창단한 KT의 스포츠 사랑도 남다르다. 1984년과 1985년에 각각 창단된 KT의 하키선수단과 사격선수단은 각 종목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KT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KT 사격·하키 선수단은 국내대회에서 각 종목을 석권하고 있다.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아마추어 선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KT 사격 선수단은 2012년 런던올림픽 사격 2관왕에 빛나는 세계 최고 명사수 진종오 선수를 배출함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사격선수단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KT 사격 선수단은 현재까지 올림픽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여자 하키선수들도 한국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런던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KT는 또한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과 함께 어린이 바둑대회를 개최해 어린이 바둑 팬과의 소통을 통한 바둑 꿈나무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