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타쿨디나즈 지역에 살고 있는 소녀 카비타 라니(12)는 지난해 9월 부모로부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절망감에 빠졌다. “난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어요. 오랫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이 몇 시간 안에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아 무서웠죠.”
라니는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에서 진행하는 조혼방지와 출생등록 캠페인에 참여했다. 캠페인을 통해 라니는 출생신고등록증을 받고 자신이 아직 결혼할 나이가 아니라 보호받고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8세 미만의 소녀가 결혼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출생등록을 해놓으면 조혼을 막을 수 있다.
라니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부모를 설득해 결혼을 하지 않게 됐고 현재 학교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라니는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의 조혼예방과 출생등록 캠페인은 저를 조혼으로부터 지켜 주었어요. 지금 저는 많이 안정됐고, 최선을 다해 공부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라니는 다행히 조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지만 방글라데시에는 아직도 수많은 소녀들이 조혼의 속박에 고통당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18세 이하 조혼율은 66%에 이르며 이 중 20%는 15세 이전에 어머니가 된다. 조혼을 하는 소녀들은 더 이상 교육받지 못한다. 폭력과 학대, 강요된 성생활, HIV를 포함한 질병 감염, 이른 임신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1996년 설립된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는 조혼을 예방하고 아동의 출생등록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아동권리옹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어린이 의회활동’과 ‘권리캠페인’으로 나누어진다. 어린이의회는 각각 10개의 CDP(지역개발사업)에서 선발된 1만3698명(2012년 말 기준)의 아동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540명의 임원들을 선출했다.
굿네이버스는 결연아동의 100% 출생등록을 목표로 삼아 지역개발·가족개발사업장을 통해 1만3588명의 출생등록을 도왔다. 6개의 CDP에서 100% 출생등록을 이뤄냈다.
이승형 지부장은 “지난해 타쿨디나즈에 살고 있는 결연아동 가운데 3명의 아동이 지역주민, 지역 고위관계자 및 정부대표자들과 정부 이해관계자들의 도움을 통해 조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 아동의 가족들은 조혼을 결정하고 준비했지만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의 개입으로 중단했다.
이 지부장은 “여자아이들의 조혼을 막고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위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받은 소녀는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높고 사회의 능동적 주체가 된다. 게다가 교육을 받으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얻고, 그 이익을 가족을 비롯해 지역사회에까지 분배한다.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는 3∼18세의 소외된 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결연아동 수는 1만3993명이며 지원주민 수는 5만2237명이다. 또 255명의 여성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개발위원회를 조직하고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인가받아 부기와 봉제 등 기술교육과 여성권리 교육을 펼치고 있다.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는 오는 7월 중순 시라지간지 CDP에서 전체 사업장 의회 대표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의회 모임을 열 예정이다. 7∼11세 리더들이 참여해 아동권리옹호 활동에 대한 계획 설정, CDP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의회 활동에 대한 발표, 문화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EBS 전제향 아나운서는 최근 굿네이버스와 함께 방글라데시를 방문,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내용은 다음 달 20일 오후 3시50분 ‘EBS 나눔 0700’에서 방송된다(후원문의 1599-0300).
다카=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방글라데시 ‘아동 노동현장’을 가다 (하)] 가난이 부른 조혼… 66%가 18세이전 혼인
입력 2013-06-23 17:13 수정 2013-06-23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