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북방한계선

입력 2013-06-23 18:38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남북 양측이 대치해 있던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물러난 지역에 설정된 북측의 한계선을 가리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 물러난 선은 남방한계선이다. 남북 양측의 한계선 사이 4㎞ 이내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완충지대를 뒀는데 이 공간이 비무장지대(DMZ)다.

하지만 정전협정 당시 양측은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바다의 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클라크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바다에도 육상처럼 한계선을 설정했다. 북방한계선은 육지와 바다 모두에 해당되는데 요즘은 주로 바다, 특히 서해에 한정돼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NLL’으로도 부른다.

서해의 북방한계선은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등 5개 섬 북단과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가리킨다. 1953년 설정 이후 1972년까지는 북측도 이 한계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3년 들어 북한이 서해 5개 섬 주변수역이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이후 최근까지 여러 차례 충돌이 빚어졌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NLL 발언록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야당은 발언록 공개의 전제로 국정원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의 전제로 발언록 공개를 요구한다. 이 순서의 차이가 조삼모사(朝三暮四) 같기도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대다수 국민들은 여야의 정쟁이 서로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다. 서로를 비난만 하다 어물쩍 결론 없이 마무리짓는 정치판의 모습을 수차례 학습한 경험에 따르면 결국 이렇게 싸우다 시간을 보내고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유야 어쨌든 사회적 이슈가 된 만큼 순서의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지 말고 신중하게 공개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법률적 문제나 외교적 부담은 없는지, 국론분열의 가능성은 없는지, 향후 다른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로까지 파장이 번지지 않을지 등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은 많다.

만약 공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반드시 국민에게 전문(全文)을 공개하기 바란다. 일부 인사들이 특정 문구만 열람한 채 정파적 이익에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떠벌리는 식이 되어선 국익에도, 국민의 알 권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