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필요하면 국정원장 독대보고… 朴대통령 왜?

입력 2013-06-23 19:06 수정 2013-06-23 22:51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부터 국가정보원 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국가안보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소신도 수차례 밝혔다.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국정원장 독대보고를 받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5월 방미 때까지 단 한 번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독대보고를 받지 않았다. 국정원의 각종 대북 및 해외 정보들은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져 국가안보실과 각 수석실을 통해서만 전달됐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하순 이후 남 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지도부 내 역학 변화와 국제정치 기류 등 안보 관련 사항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부분 국정원 보고서를 참조하면서 꼭 필요할 경우에만 남 원장을 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박 대통령이 부처별로 진행되던 산하 공공기관장 공모를 중단하고 후보군을 배 이상 늘리라는 지시를 내린 데에도 국정원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 국정원은 공공기관장 인선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잔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박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공공기관 인사에 ‘논공행상 낙하산’은 피했지만 ‘고위 공무원 낙하산’ 바람이 불고 있는 실상이 상세히 담겼다고 한다. 또 공직사회에 “모피아(Mofia·옛 재무부 출신)들이 공기업을 다 장악한다“는 말이 돌고 있는 현실도 가감 없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장 보고가 살아난 데는 북한발(發) 안보위기의 기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초까지 호전적이던 북한이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대북정보 주무 부처인 국정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수요’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의 남 원장 개인에 대한 굳건한 믿음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부터 국방특보로 활동하며 5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남 원장을 “단 한 조각의 사심도 없는 사람”으로 높이 평가한다. ‘보스와 가신(家臣)’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통령과 정보 수장’이라는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물로 본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이명박정부 때처럼 국정원장이 아무 때나 대통령을 찾아와 만나는 식의 수시 독대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