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더 희고 젊어진 워싱턴DC
입력 2013-06-23 18:47
한때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초콜릿 도시’로 불렸다. 주민 중 흑인의 비율이 워낙 높아서였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해방령이 최우선적으로 적용됐던 영향 등으로 미국에서 흑인이 전 주민의 과반수를 차지한 첫 도시가 워싱턴DC였다. 뉴욕 등 대도시와 함께 미 흑인문화의 본산으로 일컬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 의사당이 자리 잡은 ‘캐피털 힐’을 지나 동쪽으로 조금만 가도 퇴락한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흑인 집단거주지가 이어졌다. 빈곤 가구가 많은 이 지역의 공립학교는 열악한 환경으로 전국적으로 악명이 높았다. 마약·살인 등 범죄 발생률도 높아 워싱턴 거주자들은 낮에도 흑인 거주지를 방문하길 꺼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심뿐 아니라 변두리 흑인 거주지에도 빌딩, 상가 등을 신축하거나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DC로 새로운 인구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집값이 비싸지자 흑인들은 더 싼 집을 찾아 교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당과 인접한 사우스이스트 지역은 사실상 흑인 집단거주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 공개된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DC의 히스패닉(남미계) 백인을 제외한 전체 백인은 지난해 6500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백인 비율은 63만2000명 중 35.5%에 달했다. 반면 흑인은 1700명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히스패닉계 흑인을 제외한 순수 흑인 비율은 48.6%로 떨어졌다. 흑인 비율이 1970년 70%에 달했던 것을 생각하면 흑인 인구의 감소 추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최근 2년간 인구 증가의 주축은 25∼39세다. 이에 따라 중앙값(median) 연령도 2년 사이 33.8세에서 33.6세로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도하면서 ‘DC가 더 희고 젊어지고 있다’고 제목을 달았다. 한 교민 변호사는 “연방정부가 자리 잡고 있는 한 워싱턴DC는 변호사·IT전문가·연구원 등 전문직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며 “흑인 지구 재건축을 통해 저소득 흑인은 인근 메릴랜드주 등 교외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전문직이나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