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겉도는 정보공개… ‘정부 3.0’ 빛바랠라

입력 2013-06-23 17:47 수정 2013-06-23 22:26


정부 부처는 매달 생산한 문서의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국민들이 부처의 주요 업무를 파악하고 이를 정보공개청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23일 5개 경제부처의 올해 정보공개목록 게재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정보목록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의 4월 정보목록은 아직까지도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지난달 중에는 공개했어야 할 자료다. 2·3월 목록은 지난 4월 17일 한꺼번에 올라왔다. 공개 일자가 들쑥날쑥하면서 행정의 예측가능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다른 경제 부처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1월 목록은 2월 8일에 게재됐지만 2월 목록은 3월 25일에 공개됐다. 3·4월 목록은 지난달 15일 한꺼번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정보공개의무를 거의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정보목록을 공개한 이후 자료가 게재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4월 정보목록이 지난 4일에야 게재됐다. 산업자원통상부도 3·4월 목록을 지난달 30일에야 한꺼번에 올렸다. 새 정부 들어 부처 이름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이전 정부 때 명칭인 ‘지식경제부’로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지난 19일 ‘정부 3.0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국민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자리였다. 정부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들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부 3.0은 그동안 펼쳐왔던 정보공개의 차원을 넘어 정부 운영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는 전면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운영해온 정보공개 현실은 정부의 원대한 구상을 무색하게 한다. 국민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정보공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