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차창훈] 한·중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입력 2013-06-23 18:38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7∼3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5월의 미국 방문을 통한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정상외교이다. 한·중 양국의 정상은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권력의 지도자로 등장하였고, 양국의 발전을 위하여 당면한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여 왔다. 한·중 관계는 한국의 북방정책과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전환으로 양국의 경제적 교역을 통해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립되었다. 물론 한국과 중국은 중화문명권 내에서 오랜 역사적·문화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지만 19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근대 국가체제에서 양국 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한·중 관계는 먼저 경제적인 차원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자, 수출상대국이며, 또한 첫 번째 투자상대국이 되었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 달러의 무역규모는 2012년 2151억 달러로 급성장하여 한국의 일본 및 미국과의 무역액을 합친 규모를 초과하였다. 또한 교류의 정도를 가늠하는 항공 편수도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 한국과 중국 간에는 매주 400회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다. 7만9000여명의 한국 학생이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으며, 반대로 6만8000여명의 중국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황해를 마주하고 약 130여개의 자매도시관계가 체결되어 있다. 한류 열풍은 중국 내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에 약 17개의 공자학 사당을 설립하여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한·중 관계의 공식 명칭도 교류와 협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변경되어 왔다. 수교 이후 ‘우호 협력 관계’에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협력동반자 관계’,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거쳐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양국의 관계를 지칭하는 명칭의 격상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나, 지난 정부의 경우처럼 명칭과 같은 형식논리보다 실질적으로 양국의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원칙인 ‘신뢰’가 중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한·중 양국은 경제, 통상,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발전을 이룩하여 왔으나, 2000년의 마늘파동, 2004년과 2006년의 중국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양국 간의 중대한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한국 내의 반(反)중국 감정과 중국 내 반(反)한 감정 등은 양국 간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의 현안으로는 한·중 FTA와 같은 중대한 경제적 문제가 있지만, 정치와 안보 분야에서의 제한적인 교류와 협력은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군사 안보 분야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양국은 2007년 당시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정신에 따라 군사 핫라인 설치에 합의하였다. 2011년에는 군사 부문에서 고위급대화 체제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양국 간의 전략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대화의 제도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 관계의 취약한 정치와 안보 분야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중 관계의 전략대화를 양국의 국가전략을 다루는 대화채널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미 동맹을 한 축으로 하고, 북핵 및 북한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한·중 전략대화를 다른 한 축으로 해서 구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서 지난 6월 7∼8일에 있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 양국이 어떠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