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책벌레, 책 볼래’

입력 2013-06-23 18:41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후 7시, ‘책벌레 책 볼래’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나는 오전부터 김밥과 과일, 차를 준비하면서 ‘오늘은 누가 참석할까?’ 긴장과 기대, 설렘으로 하루를 보낸다.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은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세대를 초월해 친구가 되었다.

독서모임은 2000년 7월, 교회 공동체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3명이 만나 조촐하게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으나 한해 두해 지나면서 책 읽기를 통해 사람을 세워가는 일이 나에게 소명으로 다가왔다. 인터넷과 신문, 방송 등 정보채널이 다양화돼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스피드 시대에 같은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나눔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독서모임에 대한 회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모임의 핵심가치를 정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눔으로써 영적·정서적 성숙을 도모하며, 개인의 인격 성장과 관계의 성장을 추구한다. 나아가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준다.”

독서모임은 세 팀을 만들었는데, 나는 1, 2팀을 이끌어오다가 리더를 세워 위임한 뒤 현재 3팀을 맡고 있다. 지난 13년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150여권. 다양한 장르의 일반도서와 신앙도서를 고루 읽어왔다. 이렇게 함께 읽어서 가장 좋은 점은 10명 각자가 책을 읽어내는 시각이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이 하나둘 깨지고, 나와 다른 사람을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품이 조금씩 넓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또한 소모임에서 함께한다는 연대감과 소속감을 통해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고,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제 독서모임은 책만 읽고 나누는 데서 더 나아가 서로를 받아주는 지지 그룹이 되면서 모임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자존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된 것은 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요즘 책이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주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독서의 유익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바쁜 일에 쫓기다 보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이럴 때 주위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어 함께 좋은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