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獨 사회적기업 ‘CO2온라인’에 가보니…
입력 2013-06-23 18:27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 에너지 절약 방법을 상담해주는 독일의 사회적기업 CO2온라인의 성과를 보면 안다. 이 회사는 환경운동가 출신 대표의 아이디어로 온라인 기반의 에너지 절약 상담이라는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독일 정부와 민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창조적 창업의 모범이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국민일보는 지난 3월 26일 언론진흥기금 후원으로 독일 베를린 시내 한 구석진 주택가 건물에 자리 잡은 사회적기업 CO2온라인을 방문했다. 사무실은 약간 어둡고 서늘했다. 베를린은 북위 52도가 넘어 서울(37도)보다 한참 북쪽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무실치고는 너무 어둡고 냉기까지 느껴졌다. 까닭을 물으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방법을 상담해주는 우리가 에너지를 펑펑 쓸 수는 없지 않으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CO2온라인은 인터넷으로 개별 가구의 에너지 절약법을 알려주는 회사다. 상담자가 자신의 집에서 쓰고 있는 각종 가전제품의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의 에너지 절약방안과 추천 제품, 가까운 설치 업체 등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향후 수십년 동안 얼마나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 무료로 알려준다.
CO2온라인 대표인 요하네스 헹스텐베르그(59) 박사는 “우리는 이 일을 통해 하나의 원자력발전소를 필요 없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그는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이후 환경단체를 만들어 원전 폐쇄 운동을 펼쳤다. 6년 동안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해법은 이웃집 할머니에게 에너지 절약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CO2온라인을 세우기로 마음먹은 뒤 10년 동안 사업모델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2003년 문을 연 CO2온라인은 500만 가구 이상을 상담했다. 독일의 주택이 4000만채 정도 된다고 하니 엄청난 수치다. 최근엔 매주 2만명 정도가 온라인 상담을 받는다.
CO2온라인의 연간 예산은 350만 유로(약 50억원)다. 이 중 3분의 2를 독일 연방 환경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업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헹스텐베르그 박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환경문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며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것처럼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를 지킨다. 공공재를 다루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약으로 원전 1기 없앤다=독일은 근검절약 정신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이름이 높다. 그런데 이 때문에 에너지 절약 성과가 늦어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보통 지하실에 설치된 보일러에서 온수를 데워 라디에이터로 보내 난방을 한다. 여기에는 순환펌프가 꼭 필요하다. 독일은 2차 대전을 겪으며 완전히 잿더미 위에 다시 세워진 도시가 많아 50년 이상 된 건물이 상당히 많다. 문제는 오래된 집에 설치된 순환펌프가 낡아 효율이 낮다는 점이다.
헹스텐베르그 박사는 “물건을 잘 바꾸지 않는 독일인의 검소함과 오래도록 고장이 나지 않는 독일의 기술력이 맞물리면서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을 오래도록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낡은 펌프 2500만개를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도록 도와주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CO2온라인이 중요하게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기술강국 독일의 냉장고는 못 쓰게 될 때까지 20∼25년 정도 걸린다. 5∼8년 정도 쓰면 전기요금과 수리비용 등이 급증하지만, 독일의 국민성이 워낙 고쳐 쓰고 잘 버리지 않아 적극적으로 교체를 권장한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노후 원전 8기를 폐쇄했고, 2022년까지 완전 폐쇄를 선언했다.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신재생 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가장 기대고 있는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CO2온라인은 이런 독일 정부의 계획을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파트너인 셈이다. 전력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헹스텐베르그 박사의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인다.
베를린=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