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서울에 둥지 튼 사회적기업은
입력 2013-06-23 18:27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정부에 의존해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사업성이 없으면 아무리 설립 취지가 좋더라도 역시 장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서울에 둥지를 틀고 성공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로부터 우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사례를 받아봤다.
이른바 ‘나무심는 소셜(사회적)벤처’로 불리는 트리플래닛은 시민 참여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회사다. 수익 모델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가상 나무를 키우며 각종 게임 속 도구를 구입한다. 기업은 물뿌리개나 비료 등 게임 속 아이템을 통해 광고한다. 가상 나무가 충분히 키워지면 기업의 광고비로 실제 숲을 조성한다. 국내외에 조성된 숲은 현지 시민단체가 관리한다.
이 간단한 원리를 통해 이 기업이 조성한 숲은 몽골 한화 태양의 숲(20만 그루), 인도네시아 어린이 숲(200그루), 가수 2NE1 팬클럽의 기부로 탄생한 남수단 2NE1 숲(1210그루), 역시 가수 신화의 팬클럽이 기부한 신화 숲(1130그루) 등 10여곳에 달한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춘 이 회사는 2010년 소셜벤처 대회에서 아시아 1위, 2011년 글로벌 소셜벤처 대회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1989년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에 설립된 정립전자는 소외계층을 위한 전통적인 사회적기업에 가깝다. 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의 전기제품과 CCTV, 방송장치 등의 음향영상가전을 생산한다. 전체 직원 155명 가운데 106명이 장애인, 20명이 사회소외계층으로 현재 국내 최대 장애인 복지 공장이다. 지난해에만 매출 100억원을 올린 대표적인 성공 기업이기도 하다. 정립전자 김현국 대표는 “장애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해소될 수 있도록 바르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문화가정 등을 주체로 한 레스토랑 체인 ‘오가니제이션 요리’, 공정여행 캠페인 및 관련 사업을 벌이는 ‘트래블러스 맵’, 여성·장애인·실업자를 주로 채용하는 제조업체 ‘심원테크’ 등도 성공한 사회적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협동조합은 크게 동종 사업자 간 공동사업, 마을기업의 진화, 비정규직 고통 해소, 소비자 권익 증진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공동사업을 위한 협동조합으로는 주차장 사업자 간 모임인 한국주차 협동조합, 개인택시업자들의 전국개인택시복지 협동조합, 자전거 공동구매와 판매를 위한 서울자전거 협동조합 등이다. 이들은 각자 사업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공동구매하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들이다.
마을기업 등 소규모 법인이 대형화된 경우도 있다. 퓨전국악 등의 공연활동을 펼치는 ‘국악나루’, 한지·칠보 수공예품 판매기업인 ‘한지랑 칠보랑’, 마을에서 버려지는 옷과 생활용품 등을 재활용해 판매하는 ‘나누기와 보태기’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근 지역 주민들끼리 마을기업을 시작했다가 협동조합으로 발전한 경우들”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고용처우 개선을 위한 한국대리운전 협동조합, 한국퀵서비스 협동조합 등도 활동 중이다. 한국카셰어링 협동조합, 요양보호사 협동조합 등은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분류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