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⑮ 창조적 창업

입력 2013-06-23 18:22 수정 2013-06-23 22:19


“이윤 집착땐 성공못해… 사회기여가 목표 돼야”

지난 3월 21일부터 10일간 만났던 독일 사회적경제의 주역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가장 강조한 점은 조급증을 경계하고 평정심과 인내심을 갖추는 것이었다. 압축 경제성장으로 국가 주도의 개발에 익숙한 우리에게 지역·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귄터 팔틴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제 기업이 오로지 매출과 이윤에만 집착하는 것은 기업의 성공을 저해한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기업들은 비즈니스 감각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아이디어,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려는 의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기업은 물론 일반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사회에 대한 기여와 명분이 중요한 비즈니스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약간의 이상주의는 분명히 성공하는 창업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면서 “이윤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많은 기업가들이 겁을 먹고 있는데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와 함께 대의명분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성공에 대한 전망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판 아래 창업자들이 조급해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팔틴 교수는 “사업 구상을 발전시키는 것은 끈질기면서도 발랄한 사색의 결과”라면서 “성급하게 직접 겪어보려 하는 것보다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는 것은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나중에 벌어질 일들의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의 난기류를 만났을 때 임기응변과 보완책 등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라이파이젠협회(DRV·농협연합회) 마린 커란 미디어 담당관은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협동조합의 1인1표 체제는 분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면서 “독일에서도 일부 성공적인 협동조합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문화가 이제 갓 태동한 우리에게는 이견 해소를 위한 민주적 절차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커란 담당관은 “오래 토론하고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협동조합이 갈등 없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협동조합의 거래 조건을 향상시키는 게 필수적이라는 현실적인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농업이나 식품, 유통 등 거래량이 많은 협동조합은 거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면서 “그래야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의 상권 침해를 막아내고 상품의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사회적기업 디스커버링 핸즈의 프랑크 호프만 박사는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인 투자 및 자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투자자가 가장 필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가는 물론 정부기관도 나서서 투자 및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컨설팅은 물론 생계비와 인력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 아소카재단(사회적 기업가를 후원하는 세계적인 기금) 같은 모델이 한국에서 활성화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협동조합은행의 상위기구인 DZ방크의 프랑크 슈펠링 이머징마켓 총괄책임자는 협동조합 중앙회의 시의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DZ방크는 단위 조합은행들의 상품 수요를 충당시키기 위해 보험, 자산관리 등 다양한 계열사를 설립해 여러 분야 상품을 개발해내고 있다”면서 “모든 조합은행은 별도의 비용 없이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회의 중요한 역할은 단위 조합은행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해 내놓는 것”이라며 “특히 금융위기 등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단위 조합들의 약점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베를린=선정수 강준구 기자 jsun@kmib.co.kr

■도움 주신 분들

▲박원순 서울시장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귄터 팔틴 창업정신재단 대표 ▲요하네스 헹스텐베르그 CO2온라인 대표 ▲뮤라트 뷰랄 Chancenwerk CEO ▲프랑크 호프만 디스커버링 핸즈 CEO ▲클라라 클레츠카 어둠속의대화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CEO ▲마린 커란 DRV 미디어담당관 ▲프랑크 슈펠링 DZ방크 이머징마켓 총괄책임자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장 ▲박수진 프라이대학교 한국어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