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홍 “SK·변호인이 거짓진술 사주했다”

입력 2013-06-21 22:15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SK그룹 측과 변호인단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거짓 진술’을 사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전 대표는 2시간 가까이 재판부의 질문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검찰 조사 단계부터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진술을 변경해 왔다. 그는 진술 변경 이유에 대해 “‘전략적 거짓말’이었다”고 답했다.

김 전 대표는 “사건이 배당된 뒤 김앤장 로펌과 SK 법무팀 변호사들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다”며 “여기서 모두 내가 뒤집어쓰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 사건이 작아지고 나도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로펌 변호사와 SK그룹 측이 ‘거짓말 짜맞추기’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는 증언이다. 그동안 검찰이 피고인들의 허위 진술 가능성을 지적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 상황이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도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은 회 최장의 선물투자를 도맡아 해온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현재 국외 체류 중이다. 김 전 대표는 “(2011년 7월) 내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최 부회장이 김 전 고문과 통화하라며 휴대전화를 건넸다”며 “김 전 고문과 통화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방안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다 잘 끝날 수 있다. 대법원까지 가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책임을 다 졌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심 판결 이후에는 나를 질책하기도 했고, 예전에는 최씨의 ‘최’자도 꺼내면 안 된다더니 나중에는 다시 말을 바꾸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1심에서 ‘펀드 출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정 구속된 뒤 항소심에서는 ‘펀드 선지급금 출자에는 관여했으나 송금은 김 전 대표와 김 전 고문이 공모한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