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깜짝 발표 이유는… 美 노동시장 예상 밖 호전? 자산거품 우려 선제적 조치?

입력 2013-06-21 18:53

파이낸셜타임스(FT)의 투자 전문 칼럼니스트 존 오더스는 20일자에서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QE) 축소’를 언급한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일본 전문가이기도 한 버냉키 의장은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해악을 가장 우려하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하락하고 있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낮아지고 있었다. 중국의 성장속도 둔화로 상품(commodity) 가격도 내림세를 타고 있었다.

이들 경제지표는 모두 ‘돈줄 조이기’보다는 ‘QE 지속’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왜 버냉키는 QE 축소를 언급,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을까.

오더스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첫째는 Fed가 미 노동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건실하다고 믿었을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자산 거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Fed가 무제한으로 공급해 온 유동성은 특히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거품을 일으켜 왔다. Fed가 너무 늦게 QE를 종료해 자산 가격이 급등해 거품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확산됐다고 오더스는 분석했다.

그는 이틀간의 시장 불안으로 자산 버블의 가능성은 이미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Fed는 전날 발표한 ‘출구전략’을 따라야 할 필요도 없다. 오더스는 이것이 버냉키가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면 멋지게 들어맞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뉴욕타임스는 전날 버냉키가 앞으로 수년간 더 경제부양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고 모기지 채권을 팔아 금리를 올

리는 조치를 할 생각도 없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버냉키가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해 돈을 시장에 푸는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에만 주목했다면서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반응에 놀라고 언짢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