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공공기록물’로 보면 열람 가능… ‘대통령기록물’로 판단땐 위법

입력 2013-06-21 18:5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담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는 대화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지, 아니면 ‘공공기록물’로 판단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어느 기록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가정보원에 대화록 발췌본 열람을 요구하면서 ‘공공기록물에 관한 법률’ 제37조 3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항은 공공기관에서 작성된 비공개 기록물이라도 해당 기록물이 아니고서는 관련 정보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이 보유한 대화록 발췌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록물로 볼 경우 서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대화록 확인은 위법으로 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대화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판단하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보면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 기록,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해 공개되면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은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고 별도의 보호기간을 둘 수 있다. 보호기간 중에 이를 보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이뤄지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될 때만 가능하다. 서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동이 모두 불법이 되는 셈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이 대화록을 국정원이 직접 생산한 문서라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대통령 기록물의 정의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또는 대통령 보좌기관·자문기관·경호기관·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든 것인 만큼, 국정원은 대통령 자문기관도 보좌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대화록은 단순 공공기록물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상외교 기록물 전체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마당에 유독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만 제외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화록은 2부가 만들어져 1부는 대통령기념관이, 다른 1부는 국정원이 보관해 왔다.

서 위원장이 대화록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위법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서 위원장이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고 대화록을 읽었으나 기자들을 만나 일부 내용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