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의 NLL 발언 의혹 이제 털어버릴 때 됐다
입력 2013-06-21 18:46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대로 실시돼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다시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정보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자 국정원이 이를 받아들여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발췌본을 열람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발췌본을 본 서상기 정보위원장 등은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NLL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물론 김 위원장에게 수차례 ‘보고드린다’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까지 있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최고지도자가 대남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 최고권력자에게 우리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거나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국민들이 진상을 알 수 있도록 대화록 원문의 조속한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이 열람한 발췌본이 노 전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들은 어느 말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대화록 원문을 터놓는 것뿐이다.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열람시킨다는 건 외교관례에 위배되고, 향후 열릴 다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크고, 정치적 분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입장도 전면 공개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쟁은 18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의해 촉발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찜찜한 상태로 덮고 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 또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게 되면 지루한 진실공방이 재연될 게 뻔하다. 이런 악순환을 마냥 방치할 순 없다. 국가안보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욕보이자는 의도가 아니다. 무엇이 진실이든 현재의 남북관계를 좌우할 만한 변수도 안 된다. 여야는 국민들과 함께 발언록 원문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
다만, 노 전 대통령 발언과 국정원 대선개입은 별개의 건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대로 실시돼야 하며,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역시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에 NLL 발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온당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