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인도네시아 ‘산불 갈등’

입력 2013-06-21 18:31 수정 2013-06-21 20:49

인도네시아의 산불로 이웃나라 싱가포르에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하면서 양국 간 신경전에도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21일 싱가포르의 대기오염지수(PSI)는 오후 한때 401을 기록하며 오염지수 도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PSI는 미국환경보건국(EPA)의 대기 오염도 측정지수로 51∼100은 정상 수준이고 100을 넘으면 건강에 해로운 수준, 300을 초과하면 ‘위험’한 상태를 의미한다.

종전 최고치였던 1997년의 226을 훌쩍 뛰어넘자 싱가포르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당국은 짙은 스모그가 며칠 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주민들의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도 스모그 피해 상황을 매일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지시하며 정부가 호흡기 장애와 결막염 등 관련 질환 치료비를 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 등 관계당국은 스모그의 원인으로 인접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화재를 지목하고 있다. 농지 정리를 위해 삼림을 불태우면서 13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연무가 서풍을 타고 번지면서 싱가포르에선 지난 주말부터 PSI가 100을 넘어섰다.

때 아닌 ‘환경재앙’에 싱가포르는 연일 인도네시아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비비안 발락리샤난 싱가포르 환경부 장관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싱가포르는 사상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어떤 국가나 단체도 싱가포르 국민의 건강과 복리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고 인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는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에 즉각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아궁 라소노 인도네시아 복지부 장관은 “싱가포르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말라”면서 “(스모그는) 인도네시아가 원해서 발생한 일이 아닌 (불가항력의) 자연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싱가포르 기업들이 수마트라 섬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일방적인 비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