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이란 “탈출구는 美동맹국 조지아”

입력 2013-06-21 18:32


굶어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현재 이란을 가리켜 하는 말인 모양이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란에 흑해 연안 국가 조지아가 활로가 되어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조지아는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하다.

조지아 시장에 수출되는 이란 물품은 아스팔트에서부터 체리잼, 지붕 재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도 트빌리시의 무역상 야샤 차차니체씨는 “심지어 이탈리아 스티커가 붙은 물건까지도 이란 것”이라며 “(이란산은) 싸고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조지아에 진출한 이란 기업의 수는 2010년 84개에서 지난해 1489개로 급증했다.

이란과 그루지야 간 무역은 합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지고 있더라도 미국 정부가 우려할 만하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제재 회피와 민·군 공용기술 수입을 위해 조지아에 150여개에 이르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트빌리시의 한 브로커는 “이란 회사를 조지아인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일을 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융이다. 트빌리시에 사는 이란인으로 고향 사람의 사업을 도운 경험이 있는 자바드 골친파씨는 “조지아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 제재를 피하기 위한 핵심 장소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두 달 새 조지아 세관은 두바이에서 31만5000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직접 밀반입하는 이란인들을 적발한 적도 있다.

조지아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과 조지아 사이엔 제재 강화를 위한 집중적이고 일상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란인의 불법 경제활동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구소련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돼 온 미국·조지아의 우호관계는 2008년 발생한 러시아-조지아 전쟁 이후 더욱 두터워졌다. 당시 미국 정부가 조지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선출된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총리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WSJ는 “새 총리는 예전보다 덜 친미적”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스레 조지아 정부는 무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란을 엄격한 잣대로 제재하지도 않게 됐다. “이란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너무 중요해서 고립시키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조지아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방세계에서 돈줄을 잃고 코카서스 지역에서 새 길을 찾고 있던 이란과 조지아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