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유엔 공평해져라”… 반총장 면전서 충고
입력 2013-06-21 18:32
“유엔은 보다 공평하고 공정해져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주도의 유엔 운영 시스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것도 2007년 미국이 후보로 밀어 당선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면전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반기문 총장과 만났을 때 “유엔 회원국들은 제로섬 사고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주석은 당시 “유엔은 어느 한쪽에 지우치지 않고 정의롭게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공평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시 주석과 반 사무총장 간 만남에서는 시리아 사태와 북한 핵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된 것으로 당초 보도됐지만 시 주석은 유엔에서의 중국 역할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이 보는 지금의 유엔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끌어가고 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이 앞으로 이러한 구도를 깨뜨리는 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막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명을 수행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국제 문제를 둘러싸고 더욱 두드러진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측통들은 시 주석이 이처럼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는 것은 중국의 외교 전략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 전임자들이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면서 중국이 국제적인 책임을 떠맡기를 꺼려했던 것과는 대비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새 지도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신형 대국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서로 충돌을 피하되 ‘핵심 이익’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엔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이러한 중국 입장 관철을 위한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자오쥔제(趙俊杰)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부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국이 국제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조연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중국은 유엔에서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용되지 않는 것을 개혁하기를 원한다”고 SCMP에 말했다. 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더 큰 힘과 돈을 가진 만큼 유엔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기를 원한다”며 “솔직한 성격의 시 주석이 보다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