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블루오션! 아프리카] ‘희망 SOS’… 새마을운동 씨 뿌린다
입력 2013-06-22 04:02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엔진’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한 우리나라의 외교전이 새 정부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 경험을 발판으로 아프리카 주요국에 거점을 설치하고 한국식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등 입체적인 대(對)아프리카 외교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과거 단발성 행사 위주로 이뤄졌던 아프리카 외교는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 부처는 물론 민간단체가 함께 이끌어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의 대아프리카 외교의 첨병은 ‘새마을운동’이다. 1970년 시작돼 범국민적인 농촌 개발 열풍을 몰고 왔던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 국가의 지역사회 개발 모델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구애는 매우 열성적이다. 지난달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4개국 정부 관계자 10여명이 경북 포항을 방문해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와 출범 배경 등을 관심 깊게 들었다. 3월 서울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해외보급 프로그램 설명회에는 주한 아프리카 대사 14명이 참석했다.
배경은 단순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한국과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는 피식민지 경험, 세계 최빈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현재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워로 도약한 반면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공업 발전에만 중점을 두다 농촌경제 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런 현실에서 농촌 개발→지역사회 개발→국민의식 개혁 순으로 확산된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 국가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할 모델에 꼭 들어맞는다는 얘기다.
유엔은 한국 농촌 현대화의 주역으로 새마을운동을 선정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해선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사회 개발 모델이라는 찬사와 함께 과거 독재 수단이자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혹평 등 엇갈린 평가를 받는 새마을운동이지만, 뭔가 바꿔보자는 자극제로서는 충분히 매력 있는 것임엔 분명하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도 정상회담 의제에 새마을운동의 교류 방안을 넣을 만큼 관심을 보였다. 우간다는 특히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 ‘밀레니엄 빌리지’ 등을 건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이 운동을 아프리카 국가 발전의 전략적 모델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와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 정부 간 국제기구인 가칭 ‘한국·아프리카센터’를 설립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새마을운동 경험 전수, 경제외교 확대 등이다. 한국·아프리카센터가 새마을운동의 전진기지가 되는 셈이다.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도 최근 출범했다. 언론계와 문화계 인사들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친구들’은 한국의 경제사회 교류뿐만 아니라 K팝 등 한류 전파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들은 조만간 수교 기념행사 등을 계기로 아프리카 현지를 방문해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아프리카는 막대한 자원의 보고이자 우리 외교의 블루오션”이라며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춘 아프리카와의 교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