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 못쓰지만 도전을 멈출 수 없었어요”… 美 케빈 버카트의 도전기
입력 2013-06-21 18:11
1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근교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 9시45분까지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척추불구로 왼손을 쓸 수 없는 케빈 버카트(42)의 ‘공중 자맥질’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항공기를 타고 1만3000피트(3962m) 상공까지 올라가 낙하하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미노스 미궁에서 탈출하기 위해 태양 가까이 오르려 애쓰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이카루스처럼. 그는 4분에 한 번 꼴로 오르고 중간에 두 번 앰뷸런스로 실려가기도 했지만 151차례 낙하 성공이란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폭스 뉴스가 보도했다.
버카트의 이날 이벤트는 그러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말을 듣지 않고 태양에 근접하려다 뜨거운 열에 날개를 태우고 추락한 이카루스와는 달랐다. 그는 아버지처럼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모금하기 위해 하늘로 올랐다.
그는 28세 청년이던 1999년 아버지에게 찾아온 파킨슨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허사였다. 스카이다이빙 선수였던 그는 미네소타주에 있는 미네소타파킨슨재단과 국립파킨슨재단 2곳의 연구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두 차례 모금을 위한 스카이다이빙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열기로 했던 3차 모금 행사는 그만둬야 했다. 캐나다 국경지역에서 스노모바일링을 하다 척추를 다쳐 왼팔 마비가 왔기 때문이다.
“한쪽 팔을 쓰지 못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연습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지요. 생각해낸 게 캐리비니어를 메고 낙하산 덮개가 열리면 왼팔 쪽에 있는 토글을 조작하는 방법을 썼지요.”
전 세계 외팔이 스카이다이버는 버카트 외에 콜라라도주에 사는 토미 퍼거슨 두 명뿐이다. 이날 행사에 퍼거슨도 달려와 그의 공식 신기록을 체크해주는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버카트는 “아버지는 파킨슨병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로 12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그리고 그의 신기록 도전은 계속된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