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블루오션! 아프리카] 지구촌 마지막 성장엔진 한국의 기적 배운다
입력 2013-06-22 04:01
아프리카.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지는 대륙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촌 최후의 보고(寶庫)이자 미래의 생산기지, 떠오르는 소비시장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가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대륙 선점 전략을 세우고 외교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발성 이벤트 위주 외교에서 탈피해 중장기적 전략 수립에 들어갔고 일부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 아프리카는 한국을 배우고 싶어한다
아프리카는 자원과 에너지의 보고다. 백금은 전 세계 매장량의 90%이고 망간 80%, 코발트 75%, 다이아몬드 60%가 이 대륙에 묻혀 있다. 과거 내전 등으로 극도의 혼란기가 계속됐지만 차츰 정세가 안정돼 경제 재건을 위한 개혁개방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추세다.
사하라 남쪽 지역을 일컫는 ‘블랙아프리카’에선 원전 건설, 신도시 및 정유 플랜트 개발 등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기회의 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도 급부상했다. 노동인구는 현재 5억명, 2030년에는 11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기지이면서 거대한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아프리카에 시선을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와의 교류 증대 모토로 세운 것은 ‘동일한 출발점, 다른 현재, 함께하는 미래’다. 1961년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 선으로 최빈국이었고 현재는 모든 면에서 달라졌지만 미래는 함께 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리카가 우리나라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게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이런 점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우간다는 이미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 ‘밀레니엄 빌리지’를 건설했고, 농촌 자립을 위한 양돈·양계장과 빵 공장 등도 운영하고 있다. 또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등에선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민간기업들의 진출도 과거에 비해 활발해졌다. 한 국내 기업은 일본, 캐나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의 니켈광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의 상호 방문을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모잠비크 앙골라 등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상태다.
□ 세계 주요국은 지금 아프리카 쟁탈전
아프리카를 향한 세계 주요국들의 구애 공세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전방위 외교를 펼쳐 ‘금권(金權) 외교’라는 말까지 나온 상태다. 특히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와 아프리카 3개국을 선택할 정도로 아프리카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도 3년간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실 중국의 아프리카 중시 정책은 20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임기 중 8개국을 방문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17개국을 찾았다. 국가 별로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운동장까지 건설해주는 물량공세도 펴고 있다.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1984억 달러다. 부작용도 있다. 자원을 빼가고 중국산 저가 상품을 내다파는 시장으로 만들어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역시 중국 못지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월 아프리카 4개국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를 순방할 예정이다. 그는 2009년 취임 첫해에도 아프리카를 두 차례 방문했다. 특히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을 통해 역내 40개국의 의류 및 섬유, 에너지 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교역 규모는 997억 달러. 아프리카 외교 현장에서 뛰는 미국인만 1만1000명에 달한다. 일본도 아프리카 공략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이달 초 아프리카 40여개국 정상을 초청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조2000억엔(36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키로 발표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에너지 자원 공급 요충지로서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 외교의 산적한 과제
새 정부가 아프리카 외교 강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많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상 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우리 정상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1982년 전두환, 2006년 노무현,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순방이 전부다. 아프리카연합(AU) 등 지역 기구와의 교류 역시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총 54개국 중 우리 대사관이 있는 곳은 22곳, 특히 블랙아프리카 46개국 중 대사관 주재 국가는 16개 나라에 불과하다. 대사와 주재관을 모두 합친 인력 역시 70명 선이다. 미국은 52곳, 중국은 43곳이다.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 역시 열악하다. 46개국을 담당하는 전담 부처는 외교부 본부의 1개 과가 전부다. 외교부 아중동국에 배정된 1년 예산은 10억원, 그나마 아프리카 사업 예산은 4억원에 불과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도 아프리카에 대사관 신설 및 규모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며 “이는 아프리카의 톱다운(사전재원배분)식 정책결정 구조에선 현지 공관장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진출 및 관계 강화를 위해선 중장기 전략과 비전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수십년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맞춤형, 권역별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얼마 전 펴낸 보고서는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 인맥과 정보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영향력이 큰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한국 및 프랑스 정부 차원의 아프리카 정책 협력을 통해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