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칼럼] 다음 세대를 품는 교회
입력 2013-06-21 17:22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좀처럼 쉽게 높아질 것 같지 않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전도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될 신세대가 한국교회를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한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대학 선교단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기성교회를 떠나 이름조차 민망한 ‘가나안 교인’을 자처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즈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제 이들에게 종교란 무엇일까? 첨단 과학의 혜택을 받고 자란 이들에게 신비를 말하는 종교는 이제 관심 바깥일까?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과 모바일에 종교에 대한 발언들은 넘쳐난다. 일명 ‘안티 기독교’를 자처하는 사이트들이 기성 제도권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들이 여전히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관심이 아니라 비판이다. 만약 관심이 없다면 비판적 관점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며, 또 이런 사이트들이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오늘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힐링 열풍의 진원지가 젊은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안겨준 무력감과 피로감이 젊은이들을 소통과 치유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 이끌고 있다. 잘 개발된 프로그램이 전통 종교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하게 하지만, 이는 우리 젊은이들도 인간의 구원과 수양, 영혼이라는 근본적인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제 교회는 다음 세대를 속수무책이라고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 그들을 ‘문제 세대’ 내지는 ‘비종교적 세대’라고 여기며 배타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된다. 젊은이들은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이고, 선교 2세기의 주역이 될 이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있고, 강력한 종교적인 열망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이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들 세대에 걸맞게 새로운 방식으로 기독교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이들을 가장 우선적인 섬김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버릇없고 이해할 수 없는 세대라고 탓하기보다, 누구보다 그리스도가 필요한 세대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바라보고 달리 말해도, 기성세대와 통하는 영적인 관심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로부터 교회는 과감한 방향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여기서 오늘의 교회가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은 더욱더 섬기며 겸손한 교회가 되는 것이다. 다음 세대가 기성종교를 비판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보다 합당한 이유가 더 많다. 교회는 다음 세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가 사랑으로 섬기며 공감하려는 태도를 지닐 때, 미래를 위해 함께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회는 인터넷과 모바일 영역을 선교의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 겸손이 다음세대를 위한 태도라면, 새로운 첨단기술은 다음세대와 함께하는 도구이자 영역이다. 기성세대는 모바일의 자유로움과 새로움에 질리고, 인터넷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의견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에게 이 영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땅 끝’이다. 여기서 젊은 세대의 영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고 구원과 치유의 길로 안내할 수 있기에, 우리는 권위와 전통을 앞세우기보다 새 일을 기대하는 선교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현장에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교회의 노력은 교회 안에서의 노력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가정과 학교와 기업과 일터에서 기독문화로의 변혁에 노력하는 만큼 젊은 세대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한국사회의 복음화가 진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의 시대가 지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젊은 세대의 이탈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다음 세대와 함께 일어나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주님의 마음에 합당한 결단과 실천을 한다면!
(장신대 교수, 문화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