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이 봤다는 ‘발췌록’ “北 핵무기, 남북 군사력 관련 내용도 들어있다”
입력 2013-06-20 22:27 수정 2013-06-20 09:31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의원 5명은 20일 열람한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과 북한 핵무기 및 남북 군사력 관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국가 기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회의록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 위원장은 “많은 내용이 지난 대선 기간 언론에 일부 언급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12월 국정감사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폭로한 내용이 발췌본에 실제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발췌록에 그 내용이 있다”고 했다.
또 북한 핵무기 관련 대목은 북핵 보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추정된다. 정 의원은 지난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북한이 핵보유를 하려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논리로 북한 대변인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북한이 나 좀 도와 달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상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는 발언을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남북 군사력 관련 내용은 ‘주한미군 전력 배치’와 ‘작전계획5029’에 관한 내용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지난해 통일부 국감에서 “수도권에서 미군을 내보내겠다는 내용의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었다. 또 12월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작계5029를 언급하면서 ‘(내가) 미국의 요구를 막아냈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우리 측이 회담에 임한 태도와 격(格)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회의록을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내용의 말과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상 간 대화 도중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보고(報告)’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열람한 발췌본은 A4용지 8쪽 분량이었다. 서 위원장은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것과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하게 같다고 볼 수 없다. 페이지 수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발췌본은 대화 내용 자체를 요약한 게 아니라 주요 단락을 추려낸 형태로 두 정상 간에 오간 질의응답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엄기영 김현길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