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 352 홈런 ‘승천’… 한국 프로야구 개인통산 홈런 신기록
입력 2013-06-20 22:23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SK의 경기. 1-1이던 3회 1사 1, 3루에서 이승엽(37·삼성)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볼 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4구를 파울로 커트하자 관중석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승엽이 상대 선발 투수 윤희상의 5구째 직구를 밀어 친 타구가 좌측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좌익수 박재상의 글러브에 잡힐 것처럼 보여 주자나 이승엽 모두 잠시 멈칫했고, 관중들도 숨을 죽였다.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가 비거리 120m짜리 홈런으로 기록됐다. 국내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양준혁(은퇴)에게서 이승엽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대기록이 터지자 문학구장의 좌측 전광판에는 신기록 수립을 축하하는 ‘352’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한국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승엽은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18년 만에, 국내프로야구에서는 11시즌 만에 양준혁을 제치고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은 배리 본즈가 세운 762홈런이며 일본은 오사다하루가 기록한 868개다.
지난 15일 NC를 상대로 통산 351번째 홈런을 날려 양준혁이 보유했던 통산 최다 홈런 기록과 나란히 했던 이승엽은 이후 3경기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양준혁은 17시즌 2135경기 만에 351홈런을 기록했으나 이승엽은 불과 1324경기 만에 신기록을 수립해 기록의 가치를 더했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데뷔 첫해 13개의 아치를 쏘아 올린 뒤 9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97년 처음 홈런왕에 오른 뒤 99, 2001, 2002, 2003년까지 역대 최다인 5번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99년에는 54홈런으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50홈런 이상을 달성했고 2003년에는 56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을 뛰면서 홈런 159개를 보태 이날까지 한·일 통산 홈런 511개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한국 타자가 프로 무대에서 터뜨린 가장 많은 홈런이기도 하다.
이닝별로는 1회에 69홈런, 3회 53홈런, 5회에 42홈런을 기록하는 등 경기 초·중반에 강했고, 방향별로는 우측 담장을 넘긴 횟수가 142개로 월등히 많았다. 데뷔 후 총 9개의 만루 홈런을 터뜨렸으며 솔로 홈런이 187개로 가장 많다. 3점 홈런은 41번째였다.
이승엽은 “352개의 홈런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열심히 달려서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는 삼성이 5대 2로 이겼다.
한편 역사적인 352호 홈런공은 이승엽과 같은 76년생으로 삼성 팬인 박지현(회사원)씨 차지가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