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르노삼성, 신차 성능 신경전… 기아차 “SM5 상대 안돼”-르노삼성 “오만한 행태”
입력 2013-06-20 22:34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 최근 출시한 중형차의 성능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기아차 정선교 국내상품팀장은 20일 ‘더 뉴 K5’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르노삼성의 ‘SM5 TCE’와 어떻게 경쟁을 벌이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SM5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M5 TCE는 192마력인데 우리는 271마력이다. 성능에서 월등한 차이가 있음에도 SM5가 굉장히 고가로 가격을 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가격을 인하해 르노삼성에서 곤혹스러워할 것 같다”며 “최적의 성능을 지향하는 고객에게 최저의 가격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SM5 TCE는 다운사이징한 1.6ℓ 터보 엔진을 장착해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은 높인 중형 세단으로 기본 가격은 2710만원이다. 정 팀장이 SM5 TCE의 비교대상으로 삼은 자사 차량은 더 뉴 K5 터보 모델로 2795만원이다.
이에 르노삼성은 4시여간 뒤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기아차의 주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르노삼성은 “SM5 TCE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다운사이징 모델로 더 뉴 K5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면서 “경쟁사 제품에 대해 단순히 자사의 평가기준을 적용해 폄하하는 태도는 동종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적은 배기량이니 더 싸게 팔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고객의 수준을 자신의 기준에 놓고 보는 오만한 행태”라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경쟁사로서 신중한 자세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양사의 설전은 최근 국내 중형차 시장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형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경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대급부로 판매가 점차 줄고 있다. 올해 1∼4월 신차 판매에서 중형차 비중은 1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포인트가 줄었다.
여기에 수입차도 가격 인하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다. 일본 차는 엔저를 무기로, 독일 차는 관세 인하에 힘입어 중형차 가격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결국 이날 양사간의 설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국산 중형차 시장에서 각자 느끼는 위기의식이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