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폴리스’를 아시나요… 김창수 경위가 조직, 학생 선도에 헌신

입력 2013-06-20 20:40 수정 2013-06-21 01:49


박성호(가명·16)군은 10여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엄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고 홀로 남은 박군은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반 친구들 소지품에 손을 댔고 걸핏하면 싸워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불려갔다.

박군에게도 꿈이 있었다. 원래 무용에 소질이 있어 예체능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학폭위 기록이 있으면 진학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박군의 마음을 알아챈 사람이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창수(52) 경위. 학교전담보안관인 그는 학폭위에 불려 다니던 박군을 눈여겨보다 예체능고에 보내겠다며 백방으로 뛰었다.

학교 선생님과 경찰서 청소년선도위원들과 협조해 박군이 매달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박군이 학업에 전념토록 돌봤다. 경찰 아저씨의 끈질긴 노력에 박군은 마음을 다잡아 올해 바라던 한 예체능고에 진학했다.

김 경위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2년 파출소 근무 시절부터다. 훔치고 싸우는 비행청소년을 접할 일이 많았던 당시의 관심은 ‘처벌’이었다. 94년 강력반으로 옮겨 ‘문제아’ 검거에 앞장섰고 일진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99년 소년원에 보냈던 아이들이 출소 후 적응을 못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걸 목격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었다.

지난해 만난 초등학교 5학년 김승리(13·가명)군은 사이비종교에 빠진 엄마가 집을 나가 아버지와 함께 지하 셋방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의욕을 잃고 방황했고 김군도 PC방만 전전했다. 아버지는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며 아들을 자퇴시켰다. 김군은 무려 11개월간 집안에 갇혀 지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김 경위가 찾아갔을 때 김군은 햇볕을 쬐지 못해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나뭇가지처럼 말라 있었다.

김 경위는 즉시 아버지를 찾아가 김군을 학교에 보내주면 집안 도배를 새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비를 들여 이를 실행하자 감동한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학교에 보냈다. 올해 6학년인 김군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국어와 수학을 모두 100점 받았다.

김 경위는 지난 2월부터 일원파출소 ‘어깨동무 폴리스’를 만들어 학생 선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인근 교회 목사의 소개로 학부모들에게 강의도 한다. 그는 “문제 청소년을 처벌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관심”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상목 박요진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