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권 만난후 셰프 꿈 더 견고”

입력 2013-06-20 20:39 수정 2013-06-20 22:37


“틀에 갇히지 말고, 창의력을 발휘해 요리를 만들어 보세요.”

열일곱 살 복은주(서서울생활고등학교)양은 음식을 만드는 내내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있었던 에드워드 권(42) 셰프의 지도를 직접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오랜 기대 속 짧은 만남이었지만 은주양은 “요리사 꿈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권 셰프는 국민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체리부로식품㈜ 후원으로 진행하는 ‘함께 Green 꿈’ 캠페인의 첫 번째 멘토로 나섰다. 권 셰프는 영동전문대학 조리학과 졸업 후 리츠칼튼 하프문베이호텔 조리차장, W호텔 부총주방장 등을 거쳐 7성급 호텔인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총괄 주방장을 지냈다.

‘함께 Green 꿈’ 캠페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재능을 발견하고도 성장시킬 기회가 부족했던 100명의 아동·청소년에게 각 분야 대표 멘토와의 만남을 주선해 이들의 꿈을 응원한다.

권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한남동 ‘더 믹스드원’ 레스토랑에는 20일 요리사를 꿈꾸는 11명의 고교생들이 찾아왔다. 낮 12시10분쯤 미리 마련된 조리대 앞에 학생들이 서자 권 셰프가 등장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함께할 요리 재료는 닭 가슴살. 학생들은 “요리를 통해 재료를 이해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권 셰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모를 했다. 은주양 역시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은주양은 경제적인 이유로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시설에 입소됐다. 이후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다 요리를 하면서 안정을 얻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만든 빵을 시설 친구들과 선생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권 셰프의 책 ‘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읽으며 꿈은 더욱 분명해졌다. 지난해 8월에는 독학으로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조리학과가 있는 고등학교에도 진학했다. 은주양은 “권 셰프님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며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원동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요리사의 꿈을 키워온 선가영(16)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문득 동생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 요리사를 꿈꾸게 됐다”며 “오늘 권 셰프님을 만나 요리를 대하는 자세, 요리의 뿌리를 탐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권 셰프는 학생들에게 “멋진 요리사가 돼서 다시 만나자”며 조리용 칼을 선물하고 강의를 마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꿈꾸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조언을 듣는 것은 특히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꿈을 더욱 견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