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살맛나는 동네’ 광주 일곡동이 떴다

입력 2013-06-20 19:38 수정 2013-06-20 20:26


광주 한새봉 골짜기에 있는 일곡동은 친환경 논에서 개구리가 뛰어 놀고 이웃집 선배 학생의 교복을 다른 이웃집 후배가 물려받는 풋풋한 인심이 살아있는 도심 속 동네다. 삭막한 아파트 숲으로 둘러 싸여 있지만 어르신을 공경하는 동네문화는 시골과 꼭 닮았다.

일곡동이 살맛나는 동네 만들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동네 살림을 꾸리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주민자치위원회가 그 중심에 있다.

자치위원회는 2003년 9월 출범 직후부터 동네 특성에 맞는 사업을 찾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동네마다 자치위원회가 있지만 일곡동의 경우 밤 8∼9시 수시로 회의를 갖고 사업발굴을 논의하는 등 열성이 남다르다.

사업들 중 같은 학교 선·후배 간 ‘교복 물려주기’가 대표적이다. 자치위는 중·고교 8개가 밀집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교복을 대물림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선배의 교복을 물려받은 학생들만 어림잡아 1만명. 살레시오고 졸업생 장하영(21·전남대 수학과)씨는 20일 “고교시절 교복을 이름 모를 누군가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거리에서 마주치는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안부인사를 건네게 된다”고 말했다.

또 2007년부터는 소년소녀가장과 한부모 가정 자녀 등 처지가 어려운 중·고 신입생 259명에게 교복 구입비 3004만원을 지원했다.

노인들에 대한 효도사업도 각별하다. 자치위 ‘효맨 봉사단’은 그동안 23개 경로당을 찾아 할아버지·할머니 2119명에게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45회 펼쳤다.

일곡경로당 심경철(82) 할아버지는 “자녀들도 하기 싫어하는 발 마사지를 이따금 받을 때면 참 살만한 동네라고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꽃밭·텃밭을 동네 곳곳에 만들어 가족·이웃 간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주민생태학습장과 친환경 유기농법을 활용한 한새봉 개구리논 경작 등도 차별화된 사업이다.

일곡동은 이 같은 성과로 ‘2013 좋은 이웃 밝은 동네’ 시상식의 으뜸상을 21일 받는다. 광주시와 전남도, 광주방송문화재단이 2004년 처음 제정한 이 상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해온 개인과 단체에게 시상하고 있다.

양인욱 일곡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가 없었다면 으뜸상의 영예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상금 200만원은 동사무소와 협의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