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 60년 ‘치유의 선율’… ‘KBS 파노라마’

입력 2013-06-20 19:24


KBS 파노라마(KBS1·21일 밤 10시)

홍윤희(83·사진) 할아버지에게 한국전쟁은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전쟁 발발 3일 만에 한강 다리가 끊겨 그는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인민군에 끌려갔다. 홍 할아버지는 우여곡절 끝에 국군에 투항해 조국의 품에 돌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간첩 누명을 쓰게 된다.

그는 5년간 감옥살이를 한 뒤 더 이상 한국에선 살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세월을 찾고자 한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아왔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홍 할아버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홍 할아버지처럼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방송에선 이들의 인생 스토리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 유명 연주자들의 선율 위에 포개진다. 제작진은 ‘정전 60년 다큐 콘서트-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내레이션은 가수 윤건이 맡았다.

출연자들 사연은 하나같이 기구하다. 전쟁 당시 낮에는 대한민국, 밤에는 인민공화국 사람이 돼야 했던 지리산 인근 주민들, 제주 4·3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생사의 순간을 맞닥뜨려야 했던 사람들…. 이들은 참혹했던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증언한다.

제작진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자들의 원혼을 위무하고자 했다. 음악으로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고 용서와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찾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