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42년 일기를 들춰보다… ‘이오덕 일기’ 5권 출간

입력 2013-06-20 19:21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1986년 2월 27일 일기에서)

아동문학가 고(故) 이오덕(1925∼2003) 선생의 일기 한 구절이다. 천생 선생님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경북 청송 출신의 선생은 19세부터 61세까지 40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에 평생을 바쳤다. 그 삶의 기록이 ‘이오덕 일기’(양철북)라는 책으로 20일 엮여 나왔다.

책은 산골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62년부터 2003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2년간 쓴 일기를 정리해 5권에 나눠 담았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1962∼1977),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1978∼1986), ‘불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1986∼1991), ‘나를 찾아 나는 가야 한다’(1992∼1988), ‘나는 땅이 될 것이다’(1999∼2003) 등이 그것이다.

평생 쓴 일기는 두꺼운 일기장부터 손바닥만한 수첩 일기장까지 98권에 달한다. 원고지로는 총 3만7986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시대의 기록이 될 만한 글을 6000여장으로 추렸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집에 가져가 밤늦도록 읽은 두 아이의 일기는 참 좋았다. (중략) 많은 걸 느끼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새로운 발견이란, 시를 모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통해 시를 알게 하는 방법이다”(1963년 5월 13일) 일기를 통해 우리는 교육사상가, 우리말 연구가,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선생의 모습과 고민은 물론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평생 동무’였던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을 비롯해 이원수 문익환 함석헌 염무웅 신경림 백낙청 등과의 인연도 기록돼 있다. 소설가 공선옥은 “군사독재, 이농, 산업화 등 질곡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어른의 피어린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날마다 한 편씩 시를 쓰자고 작정한 것이다. 그래야 내 정신을 긴장시켜 제대로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겠나 싶다.”(2001년 1월 27일) 사실 기록은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즘 세대는 문자 메시지에 익숙해 갈수록 글을 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생의 치열한 기록 정신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선생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