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다저스 혼’ 담아 111번째 QS

입력 2013-06-20 19:08

현재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인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다저스는 LA에 연고를 두기 이전 뉴욕주에 있는 브루클린이 연고지였다. 때문에 예전에는 다저스와 양키스는 지역 라이벌이었다.

두 팀은 11차례나 월드시리즈에서 만났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만남이다. 양키스가 8번, 다저스가 3번 웃었다. 하지만 1958년부터 다저스가 LA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두 팀은 소속 리그가 달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동안 인터리그에서 6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두 팀이 마지막으로 양키스타디움에서 격돌한 것은 1981년 월드시리즈 6차전이다. 당시 다저스는 2연패 했다가 홈에서 3연승을 거둔 뒤 양키스타디움으로 돌아가 9대 2로 승리하며 팀 역사상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32년이 지난 2013년 6월 2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두 팀이 다시 맞대결을 벌였다. 마운드에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이 올랐다. 상대 마운드에는 구로다 히로키가, 6번 타자에는 ‘타격기계’ 이치로 스즈키가 선발로 출장했다. 모두 일본이 자랑하는 투·타 스타 선수다.

다저스는 결국 4대 6으로 무릎 꿇어 류현진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시즌 14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11번째로 퀄리티스타트(선발로 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시즌 7승 및 4연승 도전에 실패하고 오히려 3패째를 당했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3실점한 뒤 2-3으로 뒤진 7회말 J.P.하월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불혹을 맞은 이치로(40)는 역시 노련했다. 류현진이 이치로를 처음 대면한 것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다. 당시 일본과의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이치로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날 4년만의 맞대결에서 류현진은 의욕이 넘쳤지만, 13년째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치로는 류현진의 공을 꿰뚫고 있었다.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이치로는 솔로 홈런을 포함한 안타 2개는 선발로 나선 류현진으로부터 뽑아냈다.

류현진은 경기 전에 “구로다와 이치로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는 것만 생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두 일본 선수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반면 전날까지 타율 0.265에 머물렀던 이치로는 승리의 주역이 됐고, 구로다는 6¼이닝 8안타 2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올렸다. 경기후에는 이치로의 발언을 놓고 ‘망언 논란’이 일어났다. 이치로는 이날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딱히 달리 한 것도 없다”며 “솔직히 말해 그냥 과감하게 쳤다(To be honest, I just closed my eyes and swung)”고 말했다. 이는 직역을 했을 때 ‘눈을 감았다’는 뜻일 뿐, 실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과감하게 휘둘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석 잘못으로 국내에서는 ‘이치로가 류현진을 도발했다’는 망언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이치로는 제1회 WBC이 열린 2006년에도 한국전을 앞두고 “30년간 일본 야구를 이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이 망언 논란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

다저스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야시엘 푸이그의 솔로포 한 방을 포함, 안타 12개를 몰아친 타선의 폭발로 6대 0으로 이겼다. 이치로는 이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