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집가서 黨만든 중국인 여걸

입력 2013-06-20 18:57


“당시 수중에 2000달러를 갖고 있었어요. 남편에게 버림 받으면 돌아올 비행기표를 사기 위한 돈이었습니다.”

루웨샹(盧月香)은 1992년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고향 푸젠(福建)성을 떠나 대만으로 시집갔다. 소위 ‘다루메이’(大陸妹·대만 남성과 결혼한 중국 여성)였다. 중국 여성들을 비하할 때 대만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는 지금 어엿한 중화생산당(中華生産黨) 주석이다. 당원이라고 해야 2만2000여명에 불과하지만 2010년 정식 등록한 정당이다. 당 산하에 32개 협회를 뒀다.

루웨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대만 생활 첫 3년 동안 거의 매일 밤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는 19일 장문의 ‘루웨샹 스토리’를 전하면서 “중화생산당은 대만 정계에서 주목받는 소수 정당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루웨샹은 대만에 도착한 뒤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직업은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만에서의 삶은 본토 여성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정당을 만든 것도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다.

중화생산당은 최우선적인 정강정책으로 ‘통일’을 내세운다. 양안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때 자신 같은 ‘다루메이’가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 출신으로 대만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현재 34만명에 달한다. 매년 2500쌍이 늘어나는 추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