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막’ 철거 상징적 인물 호른 전 헝가리 총리 별세

입력 2013-06-20 18:57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가로막던 철조망을 걷어내 동독의 몰락을 가져오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했던 줄러 호른(80) 전 헝가리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의 한 군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헝가리 정부가 발표했다.

헝가리 공산정권의 마지막 외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1989년 동독 탈출자가 비자 없이 서방으로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며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가로지르던 철조망을 제거하던 그의 모습은 ‘철의 장막’을 거둬내는 상징적인 사진으로 남아 있다.

헝가리의 국경 개방으로 1만명 이상의 동독인이 베를린 장벽을 우회, 오스트리아를 통해 서독으로 건너갔다.

헝가리의 국경 개방 발표 2개월 뒤 베를린 장벽은 철거됐고 동독은 몰락했다. 결국 1년 뒤인 90년 서독과 동독은 통일을 이뤘다.

90년 사회당 당수에 오른 그는 집권에 성공해 94∼98년 총리를 지냈다. 총리 재직 당시 그는 국유재산을 외국에 매각하는 등 자유시장경제 정책을 폈다.

헝가리 총리로는 처음으로 95년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외무장관을 지낸 라슬로 코바치는 “호른 전 총리는 가장 존경받는 헝가리 정치인 중 한명”이라며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공산주의를 종식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