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예고] 정부 ‘비상계획’ 착수… 급격한 자본 유출입땐 개입
입력 2013-06-20 18:54
‘헬리콥터 벤’(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칭하는 말)의 변심에 국내 금융시장은 새파랗게 질렸다. 연내 양적완화 축소라는 충격파가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원화가치·주식·채권가격은 동반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금융 당국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착수했다. 정부는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일어날 경우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방침이다.
◇하루 종일 얼어붙은 금융시장=외환시장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1130.8원)보다 14.9원이나 오른 1145.7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9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1145.3원)를 두 달 만에 경신했다. 개장하자마자 환율이 12.2원 급등하는 등 시장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달러 강세가 이어져 당분간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1888.31)보다 37.82포인트(2.00%) 떨어진 1850.49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23.94포인트(1.27%) 내린 1864.37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정오를 전후해 낙폭을 확대했다. 외국인이 지난 7일 이후 10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10일간 외국인의 총 순매도액은 4조3781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주식시장 약세가 환율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채권시장도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3% 포인트 오른 2.94%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16%, 10년물은 3.41%까지 올랐다.
◇재정·금융 당국, 컨틴전시 플랜 가동=정부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키로 했다. 거시 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과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늘리는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맞춰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컨틴전시 플랜이 있다”며 “정치적 결단이 내려지면 정부는 언제든 시장 개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양적완화의 조기 회수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이 마련돼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부는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경우 구두개입 강도를 높이는 등 변동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단기차입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사별로 위기대응 능력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예상손실보다 자본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금융사에는 자본 확충을 요구할 방침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