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예고] “시장불안 당분간 지속… 결국엔 한국경제에 도움”
입력 2013-06-20 18:52
전문가들은 ‘버냉키 쇼크’로 출렁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 변동성 무시 못해=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우리 금융시장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신호는 미국에서 풀린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에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현재 유동성 장세인 미국 증시가 실적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거품이 빠지는 조정 과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 증시의 조정국면이 진정세로 접어들 때까지는 우리 증시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과정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도 보탬이 될 공산이 크다.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미국의 수입 수요가 늘면서 대미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실현되면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일부 신흥국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홍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경기 회복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쓴다는 것은 수개월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며 “이번 발언은 언제든 양적완화를 축소할 때 시장에 줄 충격을 미리 희석시키는 수순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회복엔 악재=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버냉키 발언이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에게 미칠 심리적 악영향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양적완화 축소를 견디기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민간 부문의 완연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장의 심리가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발언이 특히 우리 경제의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면 결국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문제와 더불어 회사채 발행 등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경제 회복을 반영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경색되거나 혼란이 지속될 공산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심각할 정도로 불안해질 경우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해외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국인 채권 만기와 외국은행 대출 만기가 집중된 시점을 파악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쁘게만 볼 필요 없다=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 일정을 구체화시킨 것은 미국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와 내년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이번 발언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당장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제시됐다고 해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면서 경제 기초(펀더멘털)보다 자산가격이 빠르게 올라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자산가격의 거품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미 충분히 예견된 현상이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 유출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의 반응은 걱정이 지나친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좀더 가능성이 높은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쇼크’가 우리 경제 회복 속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이번 발언은 양적완화 축소 일정을 제시하며 불확실성을 없앤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축소되면서 미국의 성장률은 좀 떨어지더라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