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말이 전도된 물값 인상 타령
입력 2013-06-20 18:42 수정 2013-06-20 22:39
국토부 꼼수 버리고 4대강 객관적 평가와 책임규명부터
국토교통부가 또 물값 인상 애드벌룬을 띄웠다. 이번에는 아예 드러내 놓고 4대강 사업으로 8조원의 빚을 진 한국수자원공사(수공)를 돕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친수구역 사업만으로 수공의 4대강 사업 부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물값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변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수공 부채의 이자만 매년 3800억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사실상 자인하면서도 그 부담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민들에게 떠넘기겠다니 어이가 없다.
서 장관의 발언은 4대강 부채 해소와 수도요금 인상은 관계가 없다고 했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요금 산정은 투입원가와 관련된 부분만 고려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수공의 부채를 갚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수공은 당초 수변개발 사업을 하고 그에 따른 분양대금 등 이익의 90%를 가져가기로 했지만, 부산과 구리 2곳 이외의 사업은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논란 속에 수공의 물값 4.9% 인상을 허용했다. 수공은 당시 8년 만에 물값을 올리기 앞서 상수도 요금이 원가대비 82%밖에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계산이다. 수공은 댐 용수와 광역상수도 용수를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고 도매요금에 해당하는 원수대를 받는다. 지자체는 주민들로부터 수도요금을 받아서 수공에 원수대를 내고 남는 돈으로 수도시설의 운영관리비를 충당한다. 수공과 일부 광역시만 물장사로 이익을 얻는 반면 대부분 지자체들은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수도사업은 수도관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사는 농어촌 지역은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공이 지자체에 공급하는 물값은 원가 대비 86∼87% 수준이어서 물값을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수공은 원가를 계산할 때 댐과 광역상수도 건설비용, 즉 투자금에 대한 이윤까지 포함한다. 그 투자금은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예산이기 때문에 원가에 반영하면 안 된다. 따라서 물장사로 이익을 내는 수자원공사의 물값은 내려야 하고 지자체의 수도요금은 더 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물값 인상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서 장관의 발언은 물값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의 원론적 발언”이라며 4대강 부채 해소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이미 꾸준히 제기된 의혹을 가리려는 국토부의 꼼수에 속을 국민은 거의 없다. 비리로 얼룩진 국책사업 빚을 아무런 반성 없이 국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국토부 장관은 박원석(진보정의당) 의원 말마따나 해임감이다. 수공의 부채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국정조사를 거쳐 실패와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린 후에 처리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