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 국민들이 납득하겠나

입력 2013-06-20 18:40 수정 2013-06-20 22:38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선임 과정을 보면 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3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관치를 거부하며 자율성을 달라는 금융계의 목소리는 백번 타당하지만 이는 경영자들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도덕성이 전제돼야 할 것임은 자명하다. 문제는 이번에 지주사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용만씨와 은행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용근씨가 모두 뇌물을 받아 사법처리된 전력이 있는 인사라는 점이다.

물론 오래 전의 비리를 이제 와 문제 삼는 것이 정당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두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두 사람 다 은행을 감독하는 자리에 있을 때 감독 대상인 은행과 종합금융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이용만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출국했다 2년여 만에 귀국한 뒤 호화변호인단을 구성해 당시 법원이 전관예우를 막는다며 이례적으로 특별재판부에 배당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올해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 국민들을 의아하게 하는 것은 이사회 의장 선임 배경 발표다. 이사회 의장은 일반적으로 그룹 회장이 맡아왔지만 권력을 분산해 투명경영을 하겠다는 의도로 이들 두 사람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을 들은 지 오래인 사외이사 출신인 이들을 선임한 것이 투명경영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금융권에 비리전력이 없으면서도 실력을 갖춘 인사가 그렇게도 없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금융은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13개의 자회사와 2만8000여명의 임직원들을 거느린 총자산 411조원, 자기자본 18조7000억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다. 그런데도 중요한 경영방침과 전략 등을 정하는 이사회 의장에 어떻게 비리 전력자를 앉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주인이라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금융회사라고는 하지만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모두 12조7600억여원이나 되지만 회수한 금액은 배당금을 포함하더라도 5조7400억여원에 불과하다. 회수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공적자금 유지를 위해 지급한 예금보험기금 채권, 상환기금 채권 이자를 감안하면 회수율은 0%에 가깝다. 지금도 매년 이자만 약 2000억원씩 들어간다.

하마처럼 국민의 혈세를 받아먹으면서 경영개선은 뒷전인 이런 회사가 이사회 의장마저 이렇게 선임하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세월에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을 다 갚을지 기약도 없다. 우리 국민들은 은행이자가 하루만 밀려도 빚을 내서라도 갚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을 우습게 알지 않는다면 비리전력자인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을 조용히 사퇴시키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